이슈앤/ 선거의 시간이 다시 흐르고 있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필자의 연구실 문은 하루에도 몇 번씩 열렸다 닫힌다. 어제는 시의원을 꿈꾼다는 한 여성이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왔다. 의지와 고민이 한데 얽힌 표정이었다.
그녀의 사주에는 묘목(卯木)이 세 겹으로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보통은 기운이 얽혀 발 디딜 틈이 없다고 해석하겠지만 필자는 그 복잡함 속에서 오히려 섬세함의 결을 보았다. 작은 흔들림까지 감지하는 촘촘한 감각, 그것이 그녀의 진짜 힘이었다.
필자는 차분히 말했다. 때는 오고 있다. 하지만 감나무 아래에서 입만 벌리고 있다고 감이 떨어지지는 않는다. 당신에게 맞는 장대가 필요하다.
옛말에 감을 얻으려면 감나무 밑으로 가라고 했다. 명리학적으로 이 말은 절반만 맞다. 봄에 가서 기다려봐야 풋감도 얻지 못한다. 가을이 되어야 한다. 이것이 곧 운, 타이밍이다. 그녀 앞에는 내년 병오년(丙午年), 붉은 말의 밝은 기운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그 뜨거운 화(火)의 기운이 비로소 그녀라는 나무에 맺힌 열매를 익히는 시기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운은 찾아오는 것이지 대신 일해주지는 않는다. 때가 되어도 전략 없이 서 있기만 하면 빈손으로 돌아가기 마련이다.
그래서 필자는 그녀에게 세 가지 길을 건넸다.
첫째, 숲의 전경보다 나무의 나이테를 읽는 눈을 가져야 한다. 그녀의 사주는 디테일에 강하다. 예산안의 한 줄, 조례 속 작은 문구를 지나치지 않고 들여다볼 때 그녀의 날카로운 판단력이 드러난다. 세밀함은 종종 사람을 지루하게 만들지만 정치에서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된다.
둘째, 사람 좋은 미소보다 빨간 펜이 더 어울린다. 정화(丁火)와 계수(癸水)가 만나는 구조는 예민한 감수성을 품고 있다. 포스터 속 웃음으로 마음을 얻기보다는 행정의 허점을 정확히 짚어내는 모습이 오히려 대중에게 신뢰를 준다. 그녀가 가진 힘은 교정과 점검, 즉 바로잡는 능력에 있다.
셋째, 적당한 소란을 두려워하지 말 것. 내년의 파(破)는 깨뜨리기 위한 파괴가 아니다. 오래된 관행을 열어젖히고 새 길을 내기 위한 충격이다. 조용한 성품이 미덕이 될 때도 있지만 때로는 정확한 소란만이 변화를 이끈다. 잊히는 사람보다 기억되는 사람이 되려면 이 소란을 감당해야 한다.
상담을 마치고 돌아서는 그녀의 걸음에는 이전과 다른 온기가 어려 있었다. 운은 결코 모든 것을 대신해주지 않는다. 그러나 운의 문이 열렸을 때 그 틈을 정확히 통과하는 사람에게는 길이 생긴다.
가을이 와 있다면 제자리에 서 있지 말고 장대를 들어라. 가장 단단한 감은 결국 스스로 손을 뻗은 이의 바구니에 담긴다.
[이슈앤 = 현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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